한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 시 금융안정 저해될 것"
한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 시 금융안정 저해될 것"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2.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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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돈의 꽃: 돈의 분류학 / 출처=BIS 보고서(2018년 3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미지= 돈의 꽃: 돈의 분류학 / 출처=BIS 보고서(2018년 3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하는 경우 일반 상업은행의 요구불예금을 대체하면서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나왔다. CBDC가 요구불예금을 대체하게 되면 상업은행의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경제연구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CBDC가 발행되면 중앙은행과 개인의 직접적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금융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분산원장) 방식이 아닌 '계좌개설형' CBDC를 채택했다. 블록체인 방식 CBDC에서는 거래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중앙은행 자체 신뢰도가 있기 때문에 검증 절차가 없는 단일원장으로만 실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모형에 따르면 CBDC는 현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고 보유량에 일정 이자를 지급한다. 상업은행 요구불예금과 완전 대체가 가능하다. 중앙은행이 발행한다는 점에서 요구불예금보다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높으므로, 개인은 요구불예금 대신 CBDC를 택하게 된다.

CBDC 발행으로 요구불예금이 유출되면 상업은행의 신용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자연히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며, 예금 대비 지급준비금인 지급준비율은 축소되게 된다.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늘어나게 돼 이를 줄이게 된다. 최저 지급준비율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은행들의 예금 수취 경쟁으로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지급준비금은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자금인출사태(뱅크 런)를 대비해 중앙은행에 예치한 돈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상업은행이 예금 입·출금 업무보다는 대출 업무에 주력할 수도 있다.

이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의견과 맥락을 같이한다. 루비니 교수도 지난해 12월 “예금이 전액 CBDC로 들어가면 시중은행 역할이 장기대출 중개 정도로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연구팀은 “CBDC로 대체되는 요구불예금만큼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 대출해주면 상업은행 신용공급이 축소되지 않고 금융안정도 해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 70%가 CBDC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달 인도 중앙은행은 '시기상조'를 이유로 암호화폐를 활용한 CBDC 발행 계획을 보류했다. 대만 중앙은행 총재도 CBDC 발행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결과가 시대 흐름으로는 디지털 화폐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나라 안팎의 목소리와는 사뭇 배치되는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7일 블록체인 뉴스 채널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한은은 지난달 29일 최근 1년간 활동해온 가상통화연구반을 해체하면서 한국 금융시장 여건상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 필요성은 떨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며, “결국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계좌개설형 모델만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이번 연구 결과도, 디지털 화폐 발행에 소극적인 기존 한은 태도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라고 비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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